인터뷰
맨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을 거라는 동료들의 얘기는 현실이 되고 있었다. 하긴 세상사가 다 그렇고, 오랜 세월을 살아보지도 못한 나 같은 사람조차, 하찮은 일에서 조차, 버거움을 느끼고 있으니 그것도 그렇다. 영화 관객, 천만 시대를 넘었다는 얘기가 회자 되면서, 사람들은, 영화 산업이 갖고 있는 힘을 실감했을 것이지만, 그 뒤에서 일하고 있는, 이를테면 가려진 스텝들의 고충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봐야 했다. 한국 사람들의 가장 나쁜 습관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영화가 끝나고, 화면 가득 흘러가는 엔딩 크레딧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이 별로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알짜배기로 영화만 봤으면 됐지, 어떤 인간들이 그 뒤에서 버티고 있는지, 내가 알 바 아니라는 투의 무관심은 아니었을 지라도, 단지 화장실이 급해서, 보았던 스토리가 하도 찝찝해서, 아는 사람을 찾으려 해도, 그렇게나 빨리, 알아보지도 못할 글씨로 흘러버리는, 엔딩 크레딧을 살피고 있기 힘들어, 등등의 이유로, 관객들은 극장 안이 무슨 병균 집합소라도 된 것 처럼, 부리나케 도망쳐 나가기 바쁜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사람들은 극장을 나오면서, 이 많은 사람이 뿌려댄 돈으로, 아마도 방금 보고 나온 영화에 관여 되었던 인물들은, 돈방석에 앉아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되지만 사실,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인물이 없으면 영화가 되질 않듯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감독의 의지와도 다르게, 제작사 측의 압력으로, 배급사의 입김으로, 마케팅 회사의 그 알량한 선견지명으로, 누가 봐도, 인물이 그렇게나 없나 하는 배우를, 들고 찍어야 하는 현실에서 그 돈의 행방은 뻔할 뻔짜 였다. 도박에 가까운 그 바닥을 믿고서, 투자랍시고 질러댄, 이른바, 뭉태기 돈을 댄 놈들부터 먹고 자빠진 후에, 얼굴 마담 격인 배우들에게 유명세를 얻어 주고, 그 나머지 쪼막돈 으로, 그 많은, 이름 없는 관계자들이, 논갈라 먹는 우리 영화산업의 실태를 정확히 꿰차고 있는 관객은, 거의 전무후무 하다 할 수 있었다. 나 처럼 인기도 없으려니와, 제대로 된 전문 상영관 하나 없는, 인디 무비 제작팀은 그런 복마전 같은 영화판 에서조차, 바닥을 기어 다니는 부류 라고 할 수 있었다. 개중에 잘된 사람들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팀이 심혈을 기울여서 다듬은 기획안을, 영화사 측에 들고 가면 첫마디는 언제나 똑 같은 타령쪼 이었다.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 내가 이 판에서 굴러 먹은 지도 꽤 되지만, 항상 하는 찬송가 있잖아? 영화는 무조껀 재미 있어야 되요!....… 알간? 개뼉다구 같은 이념이네, 사상이네, 무슨, 이즘 어쩌구 찾는 배고픈 아쟈씨들, 다 별 볼일 없이, 새벽이 뭔지도 모르고, 늦잠 주무시는 백수건달 되기 십상인 게, 느그들 하는 영화 짓거린 거, 또 말 해줘야 알간? 누가 능력이 없어서 예술 못하는 줄 아나? 씨발, 작품성 이랍시구, 쫓다가 좇된 인간들, 이 바닥에서 뜬 다음에 뭐 하는 줄이나 아냐? 앞치마 두르고, 식당에서 칼질 하면서 예술 하거나, 공사판에서 땀 빼면서 몸매 가꾼다지 아마? 정신 차리고, 방송국에 대가리 디밀고 가서, 다큐팀에나 들어가는 게, 이 짓거리 보다 백 번 나을 걸? 좋잖아? 월급 받고, 개 목걸이 차고, 방송국 다님네 하면서 거드름도 필 수 있고,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하나, 사서 하길?’
사실, 그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나라도 재미 없는 영화를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시간 쪼개고 싶은 맘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화면 빨도 평생가야, 단 한 장면도 얻질 못하면서, 영화 판에서 일합네 하며 명함을 내밀어야 하는 그 수많은 관계자들과 허드렛 일도 마다 않는 인력들의 가슴 속에는 한 가지 소망쯤은 다 갖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한번, 거하게….. 그 다음은 제 각각의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달랐다.
‘그럼 어떻게 하지?’
‘우선 투자자를 모으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해.’
‘돈도 사람 생식기랑 똑같이 굴러간다고 어느 누가 그러드라. 돈은 쏴주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영화 한답시고 모인 우리 동료들은 모두 여성이고, 그 안에서 느끼는 영화 판의 남존여비 사상에 한마디 질러대는 절규….돈덩어리를 무신 좇물 처럼, 누군가는 보지를 향해 쏴 줘야 하고, 그 좇물을 받아다가 일정 기간 숙성시키고, 산고의 고통 끝에 자궁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 영화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 흔한 뭉태기 돈이 보지 구녕에서 튀어 나올 리 있겠는가 말이다. 어떤 작업이고, 돈이 아니고서는 해결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긴 했다. 당장 작품의 디테일을 짜 맞출 작업실에 대한 임대료 조차,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공원이나, 산속에서 일을 해야 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넋을 놓고 앉아 있는다는 것도 그렇고…이런 건 어떨까? 아예 작품의 일부를 공개 해서, 투자자를 무작위로 모아 보는 거야. 영화의 완성도를 직접 체험케 하는 거지. 내가 낸 돈, 몇 푼이 저 영화의 마무리를 위해, 어디 에선가 쓰여졌겠지 하는 기대를 사실로 보여 주는 거지. 엔딩 크레딧에서 일일이 보여주거나, 별도의 찌라시나, 감사장 같은 것을 공공의 장소에 게시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가는 건 어때?’
돈을 만지는 총무라서 그런지, 윤미의 얘기는 그럴싸 해 보였다.
‘그러다, 정작, 어디에 쓰였는지, 정확하게 대라고 하면 어쩔래? 우리가 촬영하다 더워서, 막간에 사먹는 쮸쮸바도 그 숫자가 만만 찮은데, 누가 그걸 진행기록 이라고 따라 다니며, 적고 다닐 거며, 그 명세서가 진짜 세세히 밝혀 지고 나서, 사람들 마다, 저것들이 저렇게 돈들을 허투루 써 재끼니, 영화가 그 꼴이지 라고 비아냥 대기 시작하면 어쩔 거냐구?’
장비 임대를 담당하는 선자의 얘기는 보다 현실감이 있었다.
‘돈은 내가 어떻게든 긁어 모아 볼께.’
‘어떻게?’
모두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나를 쳐다 봤다. 나도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초적으로 만들어진 기획안 이랑, 대본을 들고, 그 분을 찾아가 볼 수 밖에…
‘만나 볼 사람이 있어. 내가 메가폰을 잡는 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를 걸고 계실 분이지 싶은데, 또 모르지….’
무턱대고 사무실을 나왔지만, 막막하기는 다름 없었다. 눈에도 확연히 들어오는 건너편 영화관의 꽉 찬 관객들의 줄 나래비….부럽다. 정말,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그 한마디, 부러울 뿐이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도 나는 별다른 확신을 갖질 못하고 있었다.
‘띵동…..’
‘누구셔?’
‘저….. 어제 전화 드린 유혜영 입니다. 영화 일로 좀 뵙고 싶어서…’
‘덜컹….’
아파트의 문이 열렸다.
‘들어 오세요. 주인 양반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계세요.’
나를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니…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혜영 이라고 합니다.’
‘실물이 훨 낫네…어서 앉지…’
거실 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 남자가 좌정하고 있었고, 개량 한복을 멋들어지게 입고 있는 폼새로 보아 쩐은 좀 있어 보였다. 나는 인사와 함께 탁자에 이번에 찍을 예정인 영화의 개략적인 기획안과 기초 대본을 꺼내 놓았다.
‘이건가? 어디 좀 볼까?’
차를 마시면서 그 남자는 나를 힐끔힐끔 보면서 서류를 꼼꼼히도 살피고 있었다. 그냥 앉아 있기 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옆에 앉아서, 안사람으로 보이는 그 여자가 걸어오는 말투가 조금은 지겨운 감을 없애 주고 있었고…
‘영화 하기 힘들죠? 그것도 여자 몸으로….’
‘이젠 이골이 나서… 뭐 별로… 항상 같은 고민만 하죠. 언제나 돈 풍풍 써가며, 영화 한번 신나게 찍어볼까 하는 거죠, 뭐 있겠어요?’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 때를 잘 만나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연줄이 잘 맞아 떨어져야죠. 모든 게 그 영화를 위해서 짜 맞춘 것처럼 구성을 갖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감 이죠. 그래서 대박 나는 작품은 이미 그 시작부터 영화처럼 발걸음을 뗀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무슨 영화유?’
‘허어, 자네는 좀 잠자코 있지!’
영화 얘기로 접어들려 하자, 그 남자가 비토를 건다. 그는 서류를 내려 놓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서 차조차 마시질 않았다.
‘얼마나 필요한데?’
‘지금으로 봐서 정확히 결정된 예산은 무어라 말씀드릴 수는 없어도…..거기 서류에 나와 있는 것 처럼 한 15억에서 20억 정도면 저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15억에서 20억이라…. 그걸로 영화가 된다고 생각하나?’
‘저희 같은 인디무비 제작팀에게는 손으로 만져 볼 수도 없는 큰 돈입니다. 이렇게 찾아 뵌 것은 그 예산의 전부를 고려해 봐 주십사 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라도 지원해 주실 수는 없는가 하는 관점에서 온 거죠. 뭐 별게 있겠습니까? 어차피 저희 같은 거렁뱅이 영화판 이야, 십시일반으로 봉지쌀, 사 모으듯이 긁어가며, 밥 짓는 인생인데, 어련 할라구여….’
‘그래? 그럼, 서재로 좀 들어오지…..’
나는 서류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딴 맘먹지 않게 하려고, 황급히 서류를 챙기려고 했지만, 그 남자는 만류했다.
‘서류가 뭘 그리 중요한가? 자넨 돈 받으러 온 거 아냐? 돈 말이야.’
그건 그랬다. 서류야 백장이고, 이백 장이고 가라로 써 줄 수도 있는 문제고, 당장은 돈을 손에 쥐는 것이 급선무 였다. 사실 투자자들 중에 막강한 투자 예측팀을 거느리고, 시나리오의 분석에서부터, 스토리의 성공 가능성, 배우의 상품성 등을 종합하여, 기가 막힌 투자 분석 지표를 긁어내는 곳도 많았지만, 우리 로서야 꿈도 못 꾸어 볼 일이고, 이른바 주먹구구식 맨땅 해띵의 버전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 기본 가락꾸 인 것 만은 사실 이었다. 서재는 생각 보다 넓었다.
‘앉지…’
그 남자는 나에게 명함을 한 장 내밀면서 자신의 소개를 했다.
‘유현 미디어? 어디서 많이……’
‘그렇지? 많이 들어 봤을 거야. 내가 미디어 기피증이 있어서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 유현 미디어의 총수격 이지. 자넨 아주 제대로 사람을 찾아온 걸세.’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영화란 거, 한번 해보니 어떤가? 쉽진 않지? 세상일이 쉬운 게 없지만, 영화는 특히나 더 그렇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사실처럼 관객들의 눈깔 에다가 떤져 줘야 하니깐 말이야. 돈이 돈을 부른다고, 투자라는 것도 그래, 뭐 나올 구석이 있어야 쏟아 붓지, 안 그런가?’
‘그건 그렇죠.’
나는 속으로 이러다 속만 상한 채, 빈털터리로 욕이나 바가지로 하고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 가족 같은 영화 식구들의 얼굴이 스쳐가고, 무기력한 위치를 꿰차고 앉아서 감독이자, 총지휘자네 하면서 꼬락서니를 떨고 있는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까지 한 짧은 순간 이었다.
‘….윤미랑, 선자도 잘 있지?’
‘네.’
나는 그 남자가 나를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래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였다. 결단코 한 푼이라도 받아 나가야 면목이 설 수 있다는 나의 알량한 자존심….
‘자네랑, 윤미랑, 선자가 튀어 나간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이 바닥이 어떤 곳 인데….돈쭐이 여러 개 인 것 같아도 그 줄기가 하나란 사실, 자넨 모르지? 알 턱이 있나? 너희 세 사람의 예명도 내가 지어준 걸로 아는데,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 내 기억력은 여전 하구만. 속살이 하얗고, 포동포동하다고 해서 윤미는 백설기, 매끄러운 피부에 남자들이 질질 좇물을 싸 재낀다고 선자는 흑진주, 그 중에서도 보지랑 똥꾸녕이 제일 일품이었던 너는 홍살문…..그래, 너희 세 사람은 내가 일생 중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섹스의 요화들 이었는데, 니 년이 꼬드겨서, 다 데불고 튀었지. 옛날 이긴 했어도….’
‘제가 설득한 건 아니었죠. 제가 회장님을 뵌 적은 없지만, 그 말은 사실과 달라요.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저희들에게 미래가 없었던 건 사실 아닙니까? 젊어 한 때, 돈이나 만져 볼 욕심으로 뛰어든 포르노 판 이었지만, 돈은 커녕, 가슴만 멍들고, 정작, 해보고 싶던 성공과는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너희들이야, 남자들이 침 질질 흘리고, 좇대가리 까재끼기 시작하면 그게 성공 아냐? 내가 미쳤다고, 푼돈 벌자고, 비밀리에 그 시장에 돈 뿌렸을라구! 그 놈의 알량한 자존심? 뭐 어쩌고 어째? 여성을 성의 상품화 시켜 바닥으로 추락시킨 악덕 제작업자는 반성 하라구? 내 그때 너그들을 밟아 버릴 려다가, 그래도 하는 짓이 구여워 봐 줬더니만…..’
‘회장님, 돈만 대신다고 하셨는데, 정작 포르노 업계의 최전선에서 몸을 굴리던 저희의 고충을 알고나 계세요? 상대 배우랑, 보지와 좇대가리에 공사는 하고서, 씹질 하는 거 찍기는 해도, 열심히 흔들다 보면, 서버린 좇대가 뚫고 나와, 생각에도 없는 좇대가리의 꺼덕댐을 보지로 느끼는, 그 수치스러움을 알기나 하시냐 고요? 절대로 보지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각도란 걸 뻔히 알면서, 관객들에게는 미쳐 돌아가시는 것처럼, 목이 쉴 때 까정, 신음을 내내 토해내야 하는, 그 역겨움을 이해 하시느냐고요. 영화 배우들은 얼굴에 화장독이 오른다지만, 저희들은 있는 그대로 말고, 언제나 허여멀건 하게 보여야 한다고 쳐 발르는, 화운데이션이랑, 독한 무대 분장으로 엉뚱하게도, 똥꾸녕이랑, 궁딩이에 하루도 피부병이 멎을 날 없다는, 그런 거 알고 계세요? 저 말고 많은 애들이 그 놈의 인터넷 성방으로 투신하고, 진짜 보지와 똥꾸녕에 날 좇대가리 꼽아놓고, 지금도 헬렐렐 하고 있는 거 알고나 계시느냐 고요.’
‘왜 몰라? 그 돈 어디서 난 거 같냐? 다 내 주머니에서 흘러간 푼돈 들이지. 그리고, 화면으로 사람들이 어째서 니 년들 보지에 탐닉하는지는 생각해 본 적 있냐? 나도 그렇지만, 세상 남자들이 모두 꿈꾸어 오는, 너희 세 년 같은 보지들, 영화 화면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하고 꿈꾸는 외로운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고나 있냐구? 그래서 세상의 임자 없는 기러기들, 위로나 해주자고, 돈 들여 너그들 키워 네, 영화 찍어 줘, 돈 대줘…. 그렇게 된 걸 뭘 그리 고깝게 생각하느냐 이 말이야, 내 말은…..보시 했다셈 치면 좀 좋아!’
‘그렇게 수많은 돈 뿌려 대시면서 잘 사시지, 어째서 어제 전화를 걸어서 저는 보자고 하셨어요?’
‘그래도 잊을 수가 있어야지, 뽀르노 찍어대던 기사 양반 하며, 감독들, 상대남 모두 애가 타게 찾고 있는 것들이 바로 너희 세 년인데, 내가 아니고 서야, 너그들 꺼꾸러 트릴 인물이 어드메 있겠나 말이야.’
‘저희는 안 넘어가요. 이미 발 끊었다구요.’
‘너, 홍살문, 이년! 돈 받으러 온 거 아냐? 이거 입장이 뒤바뀌어도 유분수지, 이 방에 들어와 머리 조아린 년들치고, 내 좇 한번 안 빤년 없어. 돈 받고 가고 싶으면 생각 좀 달리 해야 될 텐데, 어찌 이렇게 뻐팅기실까? 스타일 추잡하게…..’
‘회장님, 마음대로는 안 될 겁니다.’
‘그래, 그렇게나 그 놈의 문드러진 영화가 하고 잡냐? 누가 보러 오기나 온다디?’
‘이젠 관객들도 많이 바뀌었다구요. 회장님도 아실걸요? 문을 열기만 하면 관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줄 알았던, 성인영화 상영관이 하나, 둘 문 닫는 거 알고 계시죠? 다 외국에서 겪어 왔던 일들인데, 새삼 스럽게 우리 나라는 다를 줄 알고 시작한 사람들, 열나 녹아나는 거 말이에요. 그 영화관을 메우는 영화, 다 우리 애들이 찍은 건데, 그 영화관이 몰락한다는 말은 무슨 말이겠어요? 보는 사람들이 다른 성향으로 바뀐다는 거 아니겠어요? 영화 끝나고 불 들어오고 나서, 10분을 기준으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사람이 관객 수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거, 알고 계세요? 하물며, 남녀가 좇나 쑤셔대고, 빨아대고, 싸재꼈던 영화가 끝나고, 불 들어온 뒤에,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친다면, 그때의 쪽팔림, 상상이 가시느냐 이거죠. 그러니, 발길을 끊고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밖에요. 어차피 은밀한 성향이 촛점인 섹스 문화에 있어서, 자기 집 안방이나, 독방이 최고의 유흥 관람처 아니겠느냐구요. 그러니, 허구 많은 보지들이 성방으로 빠지죠. 이제까지는 보지, 자지 다 가리고 폼만 잡았다 치고, 성방은 다르잖아요? 실제 살아있는 날좇대가리들이 판치는 곳인데, 그게 영화배우라고 할 수 있어요? 창녀들 모아 놓고 고스톱 치는 거와 뭐가 다르겠어요? 그렇지만 저희가 하는 영화는 달라요. 다르다구요.’
‘다르긴 뭐가 달라, 나한 테야 돈 들어가는 측면에서는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어차피 목돈 들여, 푼돈 만지는 쪼잔한 장사밖에 더 되겠냐? 이럴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지. 왜 달을 쳐다보지, 엉뚱하게시리 가리키는 손가락은 왜 붙들고 지랄 이냐고….내가 꿈꾸는 세상을 한번 말해 줄까? 네 년들이 딴 맘만 않 먹었어도, 한 뭉태기씩, 그 꿈의 조각들을 안겨 줬을 텐데 말이야. 잘 들어 봐. 나는 내가 죽기 전에, 한국이든, 세계 어디든 간에, 대규모 공원을 세울 생각이야. 내가 가진 돈들, 그리고, 뿌려져 있는 돈들을 모두 긁어 모으면, 불가능 할 것도 없지. 롯데 월드 같은 규모의 실내 놀이공원을 세우는 거지, 돔형으로 실내구조가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안이 보이질 않는 그런 시설….입구를 지나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나체로 입장하면서, 저마다 섹시한 의상이 주어지는 거야. 그 안에서는 그 어떤 것도 섹스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는, 섹스 테마 공원인 셈이지. 같이 들어간 파트너가 어디에서 어떻게 놀고 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소…여자들만 탈 수 있는 회전목마의 안장 가운데 에서는, 씨벌떡 대는 좇대가리가, 출렁대는 목마와 함께, 가랭이를 벌리고 말을 탄 여자들의 보지 속을 갈라 놓고, 공중을 도는 모노레일 안에서는, 같이 간 상대와 함께, 꿈 같은 고공 섹스를 즐기고, 사랑하는 애인의 보지를 벌리고, 자신의 좇대가리 위에 끼워 앉힌 뒤에, 환호하는 바이킹의 쾌감….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 말이야! 곳곳에서 파는 솜사탕에는 바이아그라의 설탕가루가 뿌려져 있고, 카페테리아 에서는, 보지에 쑤실 소시지와 먹을 소시지를 따로 팔아주고, 공원 안에 모인 모든 사람이 파트너와 상관 없이, 섹스를 벤치에서나, 놀이기구에서나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꿈의 섹스 파라다이스…. 그 무지막지한 수입을 생각해 본적이 있냐구? 그걸 너희 세 년 앞으로 해주고 싶었는데.. 왜냐구? 섹스 공원의 즐거운 휘날레가 될, 가장 행렬의 마지막을 너희 세 년의 그 힘찬 보지와 세련된 똥꾸녕으로 마무리 해줘야 하기 때문 이었는데…. ??….그런 나의 원대한 꿈을 저버리고, 허접한 영화 나부랭이나 한다고, 내 곁을 얼굴도 못보고, 튕겨 나가다니, 지 복을, 지 발로 찬 거지, 뭐겠냐?’
‘그래서 돈을 주시겠다는 얘기에요, 아님, 못 주시겠다는 거에요?’
‘세상은 공짜가 없다고 충무로의 김가가 나에게 언제나 하는 말이었지. 난 이제까지 믿진 장사는 해본 역사가 없어. 저 허접한 영화 찍는다고, 내가 돈 쓰자고 맘만 먹으면, 그깟 일,이십억 쯤이 문젠가? 달라면, 더 줄 수도 있지. 하지만, 일생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너희 세 년 보지를 놓치고서야, 내가 그럴 수 있나? 어림도 없지… 어쩔테야? 이 자리에서 결정하지? 아님, 그냥 손 빨고, 돌아 가든가?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번이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후일의 계획도 아울러 세우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아까 말한 큰 뭉태기 하나씩 걸머질, 좋은 기회란 거지, 어때 솔깃하질 않나?’
‘똑똑!’
‘뭐야?’
‘저 손님이….’
‘무슨 손님? 여기 손님 계신 거 안 보여?’
그러나, 굳건한 방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다름 아닌, 선자와 윤미 였다. 기어니 내가 누굴 찾아 갔는가 수소문 한 끝에 뒤쫓아 온 모양 이었다.
‘회장님, 해도 너무 하시네요. 혜영이 언니를 포함해서 우리들이 영화 다운 영화, 한번 해보려고 그러는데, 도와 주시지는 못할 망정, 다시 또 예전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끌어 들이려고 곳곳에 발목걸이나 해 놓으시고… 너무 하세요….그 나이에 그렇게나 많은, 젊고 싱싱한 보지들, 맘껏 상납 받아 자셨으면 됐지, 또 뭐가 부족해서 이미 퇴물 되어가는 저희 같은 시들어 빠진 보지에, 눈독 들이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너그들이 어때서? 난 다 알고 있지. 상납 받은 보지들이야, 지들 잘 되자고 내두른 것들인데 어련 할라구? 감독들이나, 촬영기사들도 보장하는 날보지 들이 너희들 이란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다른 년들이랑 다르게 대학물 까지 먹고서, 끝끝내, 그 잘난 씹보지를 한번도 돌리질 않은 년들이, 바로 너희 세 년들 이란 거 모르고서,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나?’
‘언니, 혜영이 언니, 이번 한번만 눈 딱 감고… 그냥…알았지?’
세 여인은 눈물을 훔치고, 조용히 회장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백설기, 흑진주, 홍살문의 예명이 아깝지 않을 만큼, 옷을 벗으면서 요염한 표정으로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그 아리따움은 보통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의 연출이었다. 안락 의자에 앉아, 옹야 옹야 하면서 박수를 쳐대는 꼬락서니가 가엽기는 해도, 세 여자의 눈 앞에 드러나는 회장의 좇대가리는 괴물 스럽다 못해, 흉물스럽기 까지 한 모양새 였다. 딸의 머리를 보듬는 모습으로, 흐뭇한 포만감에 빠진 얼굴로, 회장은 가랭이를 벌리고, 한껏 발기된 좇대가리에 엎드려 경배하듯이, 혀를 내밀어, 성심으로 핥아 올리는, 세 여자를 쓰다듬으면서, 칭찬을 아끼질 않았다.
‘옳지…. 옳지…..그렇게….진즉에 그렇게, 납죽 엎드려 빨아줬으면 제절로 지갑이 풍덩풍덩 열렸을 거인데…..지깟 것들이 뭘 한다고 깝쭉대긴 깝쭉대나?’
세 여인의 엉덩이는 뒤로 향해져 있었고, 그 모습 마저도 안타까운지, 회장은 아랫도리를 들쑥날쑥 하면서, 팔을 뻗어 세 여인의 뒤로 벌려진 엉덩이와 벌려진 골짜기 사이에서 씰룩대는 보지살을, 손가락으로 쑤시기에 여념이 없었다. 보지를 쑤실 때마다, 손가락에 흥건히 묻어나는 씹물을 회장은 계속해서 입안에 넣고 쪽쪽 빨아 먹었다.
‘캬! 내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지. 냉 흐르듯이 질질 대는 다른 년들 것과는 비교도 할 수가 없구만. 어쩜 이렇게 세 년의 보짓물 맛이 내가 지어준 별명처럼, 각각 다른 맛이면서도 이리도 조화가 잘 되지? 백설기 이년은 달콤하고, 흑진주 이년은, 간도 알맞게 짭쪼름하고, 홍살문 이 년은 감칠맛이 그만이야. 아! 백년은 빨아먹고 잡다!’
회장의 좇은 세 여자가 들러 붙어도 모자랄 만큼, 거대한 거포였고, 개량한복 이라도 입지 않고 서는 그 좇대의 방만함을 받쳐줄 바지 디자인은, 이 세상에 없을 듯, 그 좇대의 휘청거림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강건함이 튼실해져 있었고…..불알은 소불알 보다도 그 알의 굴러다님이 더 지랄 맞았다. 좇물을 쏟아